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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놉 / Nope

by 심바밤바 2022. 8. 22.

놉 / Nope
이미지 출처 : google

개봉 전부터 너무 기대를 했던 영화라 혹여나 실망이 커질까 봐 걱정했었는데 대만족이었다. 비싼 영화값이 아깝지 않았고 또 보고 싶을 만큼 즐거웠으며 집에서 해설을 찾아볼 때는 더 재미있었다. 같이 본 친구들과 한참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조던 필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처음 조던 필 감독의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스포일러가 포함된 후기입니다!>

영화 놉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새로웠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기까지 꽤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주말 영화 가격이 15000원이 넘는 코로나 시국이라는 핑계로 내가 안일했던 탓인지 예매를 나름 미리 하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3명이서 보려고 했는데 3명이 앉을자리가 없을뿐더러 남은 자리는 맨 앞 아니면 저 구석 한두 자리씩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또 125석 이 있는 작은 극장에서 보기는 아쉬웠다. 그러다 찾게 된 게 코엑스 메가박스였다. 그나마 크고 자리가 남아있어서 3시 반의 애매한 시간대를 골라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큰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고 깨달았다. 보자마자 아이맥스에서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일부러 그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 알고 있던 정보는 하나였다. 외계 생명체랑 싸우는 영화라는 것! 혹여나 스포일러를 당할까 봐 검색도 해보지 않았었다. 

짧은 예고편에서 주인공이 말을 관리하는 농장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동물이 이렇게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나는 동물들이 혹여나 해코지를 당할까 봐 떨면서 보았다. 중간중간 말들이 나올 때마다 외계인들이 너네는 건드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짧게 설명이 가능하다.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남매는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우주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걸 찍어서 떼돈을 벌자 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나가고 부자가 되어보자는 결심으로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데 신기하게도 외계 생명체를 찍을 수가 없다. 바로 눈앞에서 보이는데도 말이다. 전기가 나가고 벌레가 렌즈에 붙는 등 항상 카메라는 먹통이 되고 사람들은 잡아먹힌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나쁜 기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는 49분짜리 이동진 씨의 해설 영상을 집중해서 다 보았다. 아 진짜 대단하신 분이라고 새삼 또 느꼈다. 어떻게 영화 해설로 50분을 채울 수가 있는 걸까.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들으니 너무 즐거웠다. 영화를 보면서도 '나쁜 기적'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아서 곱씹었었는데 해설에도 언급해주셔서 참 좋았었다. 기적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도쓸수 있구나. 왜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여러 의미로 기적은 참 다양하게 일어남을 새삼 깨닫는다.

해설을 보다 보니 이영화는 비극을 유머로 소비하는 것을 멈춰야 함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가 띵 했다. 나 또한 그의 일원이었음에 부정할 수 없었다. 

 

나의 혼자만의 생각일 텐데 나는 외계 생명체 공격의 시작은 동물학대에서 스파크가 일지 않았을까라고 느꼈었다. 여러 이유들이 쌓였겠지만 침팬지를 학대하며 촬영을 하고 그걸 전국으로 보내던 그 촬영의 순간에 드디어 외계인의 기운이 시작되고 그래서 파란색 운동화가 서있었던 것은 아닐까? 침팬지의 분노와 함께 말이다. 근데 그렇다면 외계인이 말을 삼킨 것은 말이 안 될까 싶을 수 있는데 난 외계인들이 사람은 먹었어도 말들은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준 건 아닐까 라는 이상한 상상을 한다. 인간들이 동물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현실을 맞이할 때마다 너무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여러 댓글과 후기들을 보면서 알게 된 점은 침팬지가 어린쥬프를 죽이지 않고 있던 순간에 대한 의견이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거였다. 내 친구들도 침팬지가 그를 공격하지 않았던 것은 천에 의해 눈이 살짝 가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댓글들 에선 동양인 어린 남자아이기에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라는 말도 있었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다. 난 그가 동물 학대의 주범으로 뽑기엔 아직 어려서 봐준 게 아닐지 라는 생각을 조금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의 누나 역을 맡은 아역 배우는 처참히 상처를 입힌 걸 생각하니 머리가 혼란스럽다.

 

영화 속에서 굉장히 좋았던 부분은 외계 생명체 또한 동물처럼 길들일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부터 주인공이 어깨도 피고 당당해지면서 거침없이 그를 상대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사람들 앞에선 고개도 잘 들지 못하던 그가 항상 무슨 일이 생겨도 말들의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대사를 하는 것도 좋았다. 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주인공은 감독의 전작인 겟 아웃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다!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은 다음 주에 한 번씩 더 보겠다고 한다. 돈이 아깝지 않았으며 친구들과 함께 관람한 덕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굉장히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줘서 고마운 영화였다. 영화와 별게의 이야기인데 나 스스로에게 돈 쓰는 걸 극도로 힘들어하고 죄책감을 느끼던 내가 주말에 따습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에 뿌듯하고 그에 함께 해준 이 영화에게 고맙다. 추후에 여러 번 더 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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