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프 오브 워터 이 영화의 부제목은 사랑의 모양이다. 최근에 내 사랑의 형태는 우리 집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라는 말을 자주 했었기에 영화가 조금 더 새롭게 다가왔다. 판의 미로를 정말 무섭게 봤던 사람으로서 이 영화도 어느 정도는 무섭지 않을지 생각했던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유쾌한 사랑 영화다.
이 영화는 괴물과 사람의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수상 괴물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런데 단순하게 이들의 모습만 나오는 로맨스 영화는 확실히 아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은 이들의 삶에 대해 다각면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괴물, 장애인, 흑인 등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와 핍박을 받는 많은 이들이 등장하며 다 함께 풀어나가는 사랑이야기이다. 영화라는 건 새삼 참 대단하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것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걸까?
영화의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인데 이분의 전작이 판의 미로이다. 오퍼나지, 헬보이 2 등 어둡고 음산하며 무서운 영화들이 많았기에 나는 이 영화도 어느 정도는 우울한 분위기 속 무서운 부분이 존재할 거라 혼자 예상했었고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영화는 굉장히 몰입감이 좋고 다정하며 심지어 유쾌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가진 여주인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묘사되고 보다 보면 괴물도 많이 무섭지 않게 느껴진다.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분리되는 존재들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이 이 영화의 메인 테마라고 한다.
이 영화는 무려 3개의 영화제에서 모두상을 받았는데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는 황금사자상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감독상과 음악상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모두 받았다고 한다.
과연 사랑의 모양이라는 게 무엇일까?
아마도 몇 주 전이였던 거 같은데 저녁때 우리 집 고양이 미미랑 거실에서 논적이 있다. 최근 병원 치료 후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어릴 때처럼 잘 노는데 그날도 눈 이반 짝 반짝한 게 공놀이가 재밌어서 너무 좋다는 표정이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깨달았었다. 아 내 사랑의 형태구나 네가. 이렇게 생겼구나 내 사랑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깨닮음의 순간이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 일단은 미미랑 더 놀았어야 했다. 빨리 쿠킹포일로 만든 공을 던져달라고 나를 재촉하고 있었기에 한참을 더 놀고 공을 끌어안고 안 놔주길래 그래 그렇게 좋아하는 공 끌어안고 좀 쉬어라라고 나는 방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매일 아니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한다. 내 사랑의 형태는 우리 집 고양이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후부터 나는 내 마음을 그러니깐 내 사랑을 소중히 쓸 것임을 매일 맹세한다. 어둡고 초라한 곳에 쓰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며 나의 존재를 비참하게 만드는 곳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을 준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일을 고르라 하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두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이 두 사람 간의 로맨틱한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저 그전까지는 '사랑' 하면 항상 핑크색에 남녀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뒤에 배경엔 구름과 솜사탕, 꽃잎이 보이는 이런 미디어의 화면들에 조금씩 의심을 품은 정도였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만 존재하겠는가 싶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내 직업을, 영화와 책 같은 작품을, 또 지금 나와 함께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사랑도 있다. 이것 말고도 사실은 더 많이 존재하겠지 싶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랑들의 존재에 대해 어릴 때 깨달은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조급함이 사라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음을 스스로도 많이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본 쉐이프 오브 워터는 내가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구나 하고 나의 작은 혼란들을 잠재워주고 위로해주는 영화였다. 올해 안에 한 번 더 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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